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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M 곡선으로 경험한 경제학

kyoulho 2026. 1. 31. 19:37

 투자자산운용사 공부를 하면서 가장 이해하기 힘들었던 건 IS-LM 곡선이었다. 특히 “실질 국민소득(Y)이 증가하면 이자율(R)이 증가한다"는 LM 곡선의 원리는 내 직관에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소득이 늘면 시중에 돈이 많아졌으니 돈의 가치가 내려가야 하는 것 아닌가? LM 곡선을 이해하려고 제미나이와 씨름하다 보니, 경제학에서 말하는 '소득'이 일반적인 의미의 수입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1. 변수 Y의 재정의: 소득은 수입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소득'은 내 지갑에 들어오는 현금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경제학에서 Y를 소득(Income)이라 부르는 건 국가 전체가 만든 가치가 결국 국민 개개인에게 분배되기 때문일 뿐이다. 공부할 때는 이를 '물리적인 생산량'이나 '거래 규모(Volume)'로 해석하는 게 훨씬 명확하다. 이 관점으로 보면 왜 Y가 늘 때 R이 오르는지 비로소 이해가 간다.

이자율과 생산량의 상관관계 분석
  1. 생산량 증가: 나라 전체에서 사고파는 물건과 서비스의 양이 많아진다. 즉, 경제의 활동 부피가 커진다.
  2. 결제 자금 수요 폭증: 거래 규모가 커지면 결제를 위해 손에 쥐고 있어야 할 '현금'이 더 많이 필요해진다. 이게 거래적 수요였군요. 케인즈 선생님
  3. 돈의 희소성 발생: 하지만 중앙은행이 시중에 푼 돈의 양(M)은 일정하게 고정되어 있다.
  4. 이자율 상승: 시중에 돈은 한정적인데, 거래를 위해 돈을 쓰려는 주체들이 많아진다. 결국 한정된 자원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붙으면서 돈을 빌리는 가격인 이자율이 상승하게 된다.

 

 결국 "소득이 늘면 금리가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은 '소득'이라는 단어의 뉘앙스에 속아 중앙은행이 돈을 같이 풀어준 상황과 혼동한 결과다. 공급이 고정된 상태에서 경제의 덩치(Y)만 커지면, 돈은 오히려 귀한 대접을 받으며 몸값인 금리를 올리게 된다.


2. 생산량이 곧 소득?? 그러면 GDP는?

 실질 GDP는 결국 우리 경제가 1년 동안 만들어낸 '물리적 생산량'의 합계다. 그런데 왜 단순히 많이 만드는 것(Y)이 우리의 실제 풍요로움이나 소득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 걸까? 우리는 왜 이 숫자의 증감에 그토록 집착하고 있는 걸까?

 

 경제학의 전제에는 '재고'라는 함정이 숨어 있다. 회계 원칙상 팔리지 않은 물건이 창고에 쌓여도, 이는 기업이 스스로의 물건을 구매한 '재고투자'로 처리되어 GDP 수치를 올려버린다. 즉, 의도치 않은 재고가 쌓일수록 지표상 GDP는 화려하게 상승하지만, 실제 경제는 속에서부터 멍들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수요 없는 생산이 만드는 '가짜 GDP'의 실체다. 과거 중국의 유령 도시에 수요도 없는 아파트를 지어 올려서 GDP 수치를 왜곡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국민의 실제 삶을 개선하는 질 좋은 성장이 아니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무리한 수치 위주의 성장을 강하게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25년 12월 15일 보도된 China's Xi warns officials against chasing 'reckless' GDP expansion 기사에 따르면, 그는 '무모한 GDP 확장'과 통계 조작을 당장 멈추라고 경고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보여주기식 GDP의 한계를 깨닫고, 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리팩터링 하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결국 중국조차 성장의 '질'을 따지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점은, 투자자 입장에서 가짜 지표 뒤에 숨겨진 리스크를 걸러낼 새로운 필터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과거의 자신을 비판하는 남자… 멋있어…


3. 소비 함수 C(Y-T): 인간은 감정이 있어요

 IS 곡선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인 소비 함수 C(Y-T)를 보고 나는 솔직히 많이 놀랐다. 먹고 싸는 기계라고 적혀있는 걸 본 기분이랄까?

세금(T)을 제외한 소득(Y)이 늘어나면 정해진 비율만큼 소비(C)가 증가한다는 이 공식은 인간의 복잡한 심리 기제를 완전히 무시한다. 경제학 공식 안에서 인간은 소득이라는 데이터가 입력되면 정해진 수식에 따라 소비를 출력하는 단순한 계산기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실제 인간의 소비 행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타인과의 비교를 통한 과시욕, 혹은 평생에 걸친 자산 계획에 따라 움직인다. 당장 오늘의 소득이 늘어났다고 해도 내일이 불안하다면 인간은 결코 소비를 늘리지 않는다. 경제학은 소득 증가가 다시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강조하지만, 인간의 심리라는 변수가 개입하는 순간 이러한 공식은 작동을 멈춘다. 인간의 경제 활동은 숫자보다 심리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4. 결론

 지금까지 살펴본 경제학 모델들은 현실을 담아내기에 지나치게 기계적이고 단순하다. 재고를 투자로 간주하거나 인간의 심리를 배제하는 관점은 분명 실제 삶과 큰 괴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허상'일지도 모르는 모델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가 마주하는 거대한 경제 시스템이 바로 이러한 논리 체계를 바탕으로 설계되고 운영되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주요 경제 주체들이 이 모델을 신뢰하고 그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그것은 설령 이론적 한계가 있을지라도 현실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실체가 된다. 그러니 현실과의 괴리에 냉소하기보다는, 그 로직이 시장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를 철저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론이 주는 찝찝함은 잠시 접어두고… 일단 공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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